6년만에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이번에 개봉한 3편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실사 영화 시리즈의 최종장이다. 이 느낌 그대로 다시 한 번 영화의 내용과 간단한 평까지 나누어보겠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로켓 이야기 해석
이번 영화는 모든 캐릭터의 서사를 다 챙겨주면서 트릴로지의 아주 모범적이고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정말 멋진 영화이다. 영화의 중심에 있었던 캐릭터는 감독의 말 그대로 로켓이었다. 플래시백으로 그의 독특한 기원을 탐구하고 현재로 돌아와서는 그를 살리기 위한 여정 속에서 성장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주인공은 바로 로켓이었는데, 그럼 감독은 왜 로켓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것일까? 로켓은 "모두가 주인공이다"라는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딱 좋은 캐릭터이다. 사람도 아니고 기계도 아닌 그의 특성 때문이다. 많은 영화에선 변형된 신체는 타자를 이미지화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사이보그나 좀비, 에일리언으로 변해가는 인간처럼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신체적 특성은 주로 사회를 전복할 수 있는 부정적인 에너지로 묘사되었다. 이번 영화는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이용만 당하다 버려졌던 어린 로켓의 이야기를 알려주는데, 그가 타자성을 내면화하는 과정을 오랜 시간을 할애해 보여주었다.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과도기적 창조물 중 하나로 개조된 그는 동물의 몸에 기계가 결합한 모호한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 세 명을 사귀게 된다. 창조자는 인간의 형태를 갖춘 것만 아름답다고 여기는 인물이다. 지구를 본뜬 카운터 어스를 만들기 위해 동물들을 직립 보행하도록 진화시키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의 눈에 이들은 주류에 결코 끼지 못하는 타자일 수밖에 없다. 그는 완벽이 아니면 멸망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지녔기에 자연과 문명이 접합된 이질적인 몸은 처분해야 할 찌꺼기 같은 존재였다. 이 창조물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이들을 몰아넣은 공간에서 암시된다. 창조자는 그들을 동굴처럼 어두운 철창 속에 가두고 주류와 철저히 분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로테스크'라는 단어는 '작은 동굴(grotto)'을 의미하는 이탈리어 단어와 '어떤 경향(esque)'을 뜻하는 말의 합성어이다. 그러니까 그는 로켓과 친구들을 그로테스크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자신의 특권적 위치를 지키고 새로운 사회의 질서와 안정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이질적인 것들을 배척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체 개조를 강요받았던 이들은 이제 '혐오스러운 것'으로서 죽음을 강제당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로켓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권위에 도전하는 존재가 된다. 로켓은 여느 영웅처럼 길을 떠남으로써 '가디언'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이때의 경험으로 타자로서의 정체성이 뿌리내리게 되었다. 이로 인해 '뭔지 모를 생명체이지만, 어쨌든 라쿤은 아니다'라는 식의 자기 인식을 갖게 되고 과거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마침내 창조자를 이기고 과거의 자신과 같은 동족을 구하면서 로켓 라쿤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게 된다. 네뷸라 역시 로켓과 비슷한 타자성을 지닌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그녀의 몸은 타노스에 의해 사이보그화되었다. 패배의 대가로 온갖 개조를 당했지만, 언니인 가모라보다는 못한 취급을 받는다. 교체된 몸은 고통스러운 기억과 닿아 있었다. 그녀는 유독 고문을 많이 당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네뷸라는 기계화된 몸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신체를 원하는 대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타자성을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영화는 이처럼 가장 주변적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그 누구라도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를 통해서도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신이 알던 가모라를 새로운 가모라에게 주입하려고 하는 스타로드의 시도에도 자신의 길을 고수했던 가모라, 그리고 길을 떠나는 맨티스의 모습으로 자신은 스스로가 정의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마침내 아버지가 된 드랙스와 할아버지를 찾기로 한 스타로드까지 상처받은 자아가 표출했던 분노는 어느새 사라지고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춤을 출 수 있을 만큼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모든 여정을 지켜본 우리도 그루트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간단평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이다. 그는 칸 영화제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영웅과 슈퍼 히어로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영웅은 길을 걷다가 불이 난 자동차를 보고 안전벨트를 풀고 있는 사람은돕기 위해 달려가는 사람입니다. 같은 장면에서 슈퍼 히어로는 차로 날아가 운전자가 빠져나갈 때까지 차를 거꾸로 뒤집고 흔들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첫 번째 예와 더 많이 동일시합니다. 일상적인 영웅의 영화입니다." 그의 말처럼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일상적인 영웅에 가깝다. 마블 영화에서 처음 욕이 나오는 스타로드의 장면은 가디언즈가 캡틴 아메리카처럼 올곧은 히어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에 가깝다는 것 을 보여주는 장면 같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았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유머러스한 레퍼런스로 가득했던 점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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